원령공주 감독 '미야자키'의 4차례 은퇴 막은 대작 살펴보니…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7.08.15 09:08:23
토토로·라퓨타·나우시카·미래소년 코난 등 애니메이션을 만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2017년까지 총 네 번의 은퇴 발표를 철회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계속 은퇴를 입에 담는 것은 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70대 고령이란 점 때문이다.

그는 과거 한 TV 방송에 출연해 "애니메이션 제작 도중 쓰려져 다른 제작진에게 부담을 줄 바에는" 등의 말로 언제나 제작 현장에서 몸을 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일본의 개그맨 마쯔모토 히토시는 네 번의 은퇴 발표를 철회한 후 다시 펜을 잡은 미야자키 감독을 두고 '불사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느니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죽는 것이 낫다"는 말로 은퇴 번복 이유를 설명한 미야자키 감독이 다시 펜을 들게 된 것은 그만큼 본인이 그리고 싶은 새로운 대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 1997년, 모노노케히메(원령공주)

미야자키 감독은 1997년, 극장 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もののけ姫, 한국명 원령공주)' 완성 피로연에서 "이 작품이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것이다"고 밝히며 은퇴를 처음으로 선언했다. 그의 이 말은 일본 현지 언론의 신문 지면을 장식할 만큼 크게 보도됐다.

▲1997년작 ‘모노노케히메’. / 지브리 갈무리

'모노노케히메'는 미야자키 감독이 작품 구상에 16년, 애니메이션 제작에 3년을 들일 만큼 공을 들인 작품이다. 1997년 개봉 당시 일본에서 193억엔(약 2070억원)의 매출을 내는 등 일본 영화 흥행 기록 1위에 올랐다. '생명'을 테마로 한 이 작품은 오른팔에 죽음의 저주가 찍힌 소년 '아시타카'와 견신(犬神) 모로에게 키워진 인간 소녀 '산'의 이야기를 그렸다. '모노노케히메'는 미국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미야자키 은퇴 선언 철회는 1년 후인 1998년 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가 당시 흥행기록 1위를 기록하고 미국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감독을 그냥 놓아둘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 번복 후인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내놓게 된다.

◆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감독의 두 번째 은퇴 선언 발표는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관련 기자회견에서 있었다. 당시 감독은 기자에게 "더 이상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은 무리다"라고 말하며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랐음을 밝혔다.

2001년 나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소녀 오기노 치히로가 양친과 함께 인간 세상이 아닌 신들의 세상에 들어서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치히로가 신들의 세상에서 마녀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에서 일하면서 갖가지 에피소드와 강의 신 하쿠의 도움을 받아 인간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만 2350만명의 관객과 308억엔(약 3090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는 등 당시 일본 역대 영화 흥행 수입 1위 기록을 세웠다.

▲2001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지브리 갈무리

하지만 2001년 세상을 흔든 미야자키 감독의 두 번째 은퇴 선언은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을 만들며 재차 철회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본래 호소다 마모루(細田守) 감독이 제작했지만, 중간에 미야자키가 감독을 맡게 됐다. 이 작품은 일본 현지에서 개봉 2일 만에 110만 관객을 사로잡았고, 흥행 수입으로 14억8000만엔(약 149억원)을 벌어들였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오제라상과 금사자상,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지브리 갈무리

◆ 2008년, 벼랑 위의 포뇨

2008년, 극장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로 대중 앞에 다시 선 미야자키 감독은 포뇨 제작 중 NHK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 이 작품이 마지막 장편이 될 것이다"라며 세 번째 은퇴를 선언했다.

포뇨는 미야자키 감독이 원작 구성부터 감독에 각본까지 담당한 작품으로, 모든 장면을 사람의 손으로 한땀한땀 그려낸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포뇨는 현지 개봉 1개월 만에 100억엔(누적 흥행 수입 155억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으며,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오하시 노조미는 직접 한국어 더빙판 주제가를 부르는 등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미야자키 감독의 세 번째 은퇴 철회는 포뇨가 개봉됐던 2008년 이뤄졌다. 그는 2008년 8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포뇨의 흥행 성적이 앞서 개봉된 '하울의 움직이는 성'보다 낮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이 충격으로 인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한 편 더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밝혔다.

▲2008년작 ‘벼랑위의 포뇨’. / 지브리 갈무리

◆ 2013년, 바람이 분다

감독의 네 번째 은퇴 선언은 2013년 '바람이 분다' 완성 직후 있었으며, 미야자키 감독의 입이 아닌 호시노 코우지(星野康二) 스튜디오 지브리 사장이 그의 은퇴 소식을 대신 전했다.

호시노 사장의 미야자키 감독 은퇴 관련 발표는 당시 대중에게 '이젠 정말 마지막이겠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충분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나이가 이미 70대로 고령이기 때문이다.

▲2013년작 ‘바람이 분다’. / 지브리 갈무리

하지만 감독의 은퇴 철회는 2016년 11월, NHK가 방송한 '끝나지 않는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공식화됐다. 방송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가 미야자키 감독에게 '장편기획 각서(編企画 覚書)'라 적힌 서류를 건네는 장면이 비춰졌는데, 이 서류 내용에 '2019년 완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방송 이후 일본 현지에서는 감독의 네 번째 은퇴 철회 소문이 무성하게 나왔으며, 그의 은퇴 번복은 2017년 2월 미국서 열린 영화 축제 '오스카위크 2017'에서 있었다. 스즈키 토시오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는 오스카위크에서 기자와 만나 "미야자키 감독이 장편영화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네 번째 은퇴 철회가 공식화 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3차원 컴퓨터 그래픽(3DCG)을 사용하는 단편 영화 '애벌래 보로(毛虫のボロ)'를 만들고 있다. 장편 영화 작품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애벌래 보로'가 장편 영화 작품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보로' 제작 기간이 3년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등을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다. 4번의 은퇴 철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70대 거장 미야자키가 만들 애벌래 보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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