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리카·미미, 한 시대를 풍부한 패션인형 이야기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7.08.20 08:00:00
바비·리카·미미 등 옷 갈아입히기 인형은 여자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다. 예쁜 얼굴과 체형으로 여자 어린이의 이상형이 된 바비·리카·미미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패션인형 문화를 토대로 어린이를 넘어 성인층을 겨냥하는 인기 상품으로 떴다.

바비의 인기는 인형 자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바비 인형에 입힐 수 있는 수 많은 옷과 액세서리, 만화,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바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일본의 리카, 한국의 미미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잘 모르는 바비·리카·미미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 마텔의 효자 모델 '바비'…인형은 물론 옷·액세서리 등 불티나게 팔려

바비는 미국 장난감 전문 기업 마텔이 1959년 3월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패션 인형이다. 바비는 당시 시중에 판매되던 일반 인형 상품과 비교해 옷 갈아입히기 등 패션 요소와 인형에 맞춰 만들어진 가구로 역할놀이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특징으로 부각됐다.

바비 인형은 50년이 넘는 세월 속에 전세계에서 10억개 이상 팔렸다. 북미지역에서는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 말할 수 있을 만큼 스테디셀러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다. 마텔은 1959년부터 바비에 어울리는 옷·액세서리·자동차·집·가구 등 장난감을 계속 선보였으며, 바비 인형과 바비 아이템은 마텔 매출의 큰 축을 차지했다.

▲그램곤 바비 인형. / 마텔 제공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바비'는 사실 패션 인형의 원조가 아니다. 원조는 독일의 '빌드 릴리'이, 바비는 릴리를 본따 만든 것이다. 릴리는 1952년 출간된 빌드 만화책 속 캐릭터로 탄생했다. 금발의 섹시한 성인 여성을 표현한 '릴리'는 독일의 장난감 제조사 O&M 바우서에 의해 1955년 전세계 첫 번째 성인향 패션인형으로 재탄생된다.

바비의 탄생은 한 때 마텔 대표였던 루스 핸들러가 조카 바바라에게 릴리 인형을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바바라는 릴리를 받기 전 종이 인형을 가지고 놀았는데, 루스는 종이 보다 플라스틱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인기가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바비라는 이름은 조카 바바라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텔은 1964년 당시 돈으로 2만1600달러(2466만원)를 들여 독일 릴리 인형이 보유한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사들였다.

▲바비 인형의 바탕이 된 독일 ‘릴리’ 인형. / 위키피디아 갈무리

바비 인형은 금발의 미녀를 6분의 1 크기로 줄여 제작됐다. 바비의 집·옷·가구·자동차 등도 모두 이 비율에 따라 만들어진다. 6분의 1 크기는 현재 마블·DC코믹스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정밀하게 만든 리얼 액션 피규어 상품과 같은 비율이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바비 패션인형이 지금의 액션 피규어 상품의 기준이 된 셈이다.

▲첫 바비 인형 모습. 독일의 ‘릴리’ 인형과 모습이 비슷하다. / 위키피디아 갈무리

바비 인형은 1959년부터 1960년대까지 일본에서 제작됐다. 당시 일본에서 장난감 유통업을 진행하던 국제무역이 마텔과 계약을 맺고 일본 내에서 바비 인형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했다.

197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바비 인형이 생산됐다. 노루페인트 자회사 대협은 1972년 마텔로부터 하청을 받아 바비 인형을 만들어 수출했다. 하지만 1978년 노동운동 여파로 바비 인형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마텔은 홍콩·대만으로 생산 기지를 옮겼다.

바비는 현재 일반 성인의 수집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패션인형 문화를 당시 어린이였던 지금의 성인이 그대로 취미로 이어가는 것이다. 어른을 위한 바비 시리즈는 '콜렉터 바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일반 바비 인형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 의상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텔은 바비에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등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장난감 '헬로바비'도 선보인 바 있다. 어린이의 역할놀이 대상이자 여자 어린이의 이상향을 연출했던 바비는 앞으로도 대중들의 친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판 바비 인행 '리카'

미국에 '바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리카'가 있다. 리카 인형은 일본의 장난감 전문 기업 타카라(현재 타카라토미)가 1967년 선보인 패션 인형으로, 누적 판매수가 5300만개 이상에 달한다.

'카야마 리카(香山リカ)'라는 풀네임을 가진 리카는 바비의 일본판 제품이다. 당시 타카라는 바비와 같은 소프트비닐 재질의 인형 가공·생산 노하우가 풍부했으며, 바비 등 인형을 넣어 다닐 수 있는 돌 하우스 등 장난감 상품을 기획한 바 있다. 하지만, 6분의 1 스케일로 만들어지는 바비 인형에 맞춰 장난감 집을 만들면 돌 하우스 장난감 크기가 굉장히 커지는 단점 때문에 고심했다. 일본의 주택 크기는 미국과 비교할 때 작기 때문이다. 리카는 공간이 좁은 일본 주택에 맞춰 나왔다 .

리카의 얼굴은 1960년대 유행하던 순정만화 여주인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만화가 마키 미야코(牧美也子)가 그린 일러스트가 1967년 7월 소녀만화잡지 '리본'에 실리면서 리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마텔은 1967년 바비 생산 거점을 일본 외 다른 국가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 장난감 시장에서는 리카의 판매량이 바비를 앞섰고, 1967년 말 리카는 일본 대표 인형 장난감 자리를 차지했다.

▲1967년 등장한 첫 번째 리카 인형. / 위키피디아 갈무리

바비가 그랬듯 인기 장난감이 되려면 캐릭터와 이야기가 필요하다. 카야마 리카는 키 142㎝, 몸무게 34㎏인 초등학교 5학년(만 11살) 여자 어린이다. 취미는 과자 만들기다. 리카의 아버지는 프랑스인 음악가 피에르이며, 엄마는 패션 디자이너인 오리에(織江)다. 리카는 한 명의 언니와 3명의 동생·사촌 동생이 있다.

최근 타카라토미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리카 인형으로 표현한 '리카라이즈'와 성인용 패션성을 강조한 '리카(LiccA)'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내놓았다. 리카가 성인 여성용으로 변화를 꽤하는 것이다.

리카라이즈 인형 중 대표적인 것은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의 주인공 키키와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을 소재로 한 상품이 있다.

▲마녀배달부 키키의 키키 캐릭터를 리카 인형으로 표현한 ‘리카라이즈 키키’. / 타카라토미 제공

타카라토미가 성인을 위해 만든 '리카 스타일리시 돌 컬렉션' 인형 상품은 리카 인형을 만든 타카라토미가 이제까지 쌓아온 인형 제조 노하우와 최신 기술을 융합해 만든 인형 몸체인 '스타일리시 바디'를 채용한 상품이다.

▲성인들을 위한 리카 인형 ‘리카(LiccA)’. / 타카라토미 제공

성인용 리카 인형의 몸매·골격은 일반 성인 여성의 신체 특징이 그대로 스며들었는데, 이를 통해 기존 리카 인형으로 재현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포즈를 연출할 수 있게 됐다. 머리카락도 컬러·헤어스타일 등을 다양하게 했으며, 의상·액세서리도 1960년대가 아닌 최신 패션 트렌드에 맞췄다.

◆ 한국의 대표 패션 인형 '미미'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인형인 '미미'는 1982년 탄생했다. 미미월드는 1981년 미미 인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라라'를 선보였다. 라라 인형부터 시작된 미미의 역사는 2017년 기준으로 36주년을 맞았다.

▲2017년 5월 출시된 ‘인어공주 미미’. / 미미월드 제공

이종열 미미월드 대표는 "미미 인형 디자인은 1970년대 장난감 도소매 사업을 했던 모친의 손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

바비는 서구적인 체형과 얼굴을 지녔기 때문에 한국 여자 어린이의 친구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는데, 미미는 동양적인 얼굴을 지닌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미월드 정문에 걸린 커다란 액자에는 미미 사진이 들어 있는데, 이는 미미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보여준다. 미미월드는 매년 장난감 성수기인 5월과 12월 새로운 미미 인형과 장난감을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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