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⑮빨간머리앤 만든 애니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타계…미야자키 하야오 '충격'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8.04.14 06:00:00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삼천리)' 등을 만든 인물이다. 3040세대는 어린 시절 타카하타 감독의 작품을 보며 감성을 키워갔다. 하지만 그는 최근 82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사인(死因)은 폐암이었다.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마이니치신문 갈무리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와 전 세계 주요 매체는 타카하타의 죽음을 추모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의 수많은 30대는 그의 작품에 대한 추억을 가졌다"며 "그의 작품은 가치가 높은 보물이다"고 평가했다.

타카하타 감독과 함께 일해 온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는 "(타카하타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브리는 그의 송별회를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송별회는 15일 열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타카하타 감독의 죽음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인물이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라고 평가한다. '나우시카', '토토로' 등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미야자키 감독은 타카하타의 죽음에 대해 아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미야자키에게 타카하타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를 함께 일으켜 세운 파트너이자 긴 세월 작품을 함께 만들어 온 친구였다.

▲왼쪽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야후재팬 갈무리

스즈키 프로듀서는 예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사실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의식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그 관객이 바로 타카하타 감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꿈을 꾸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꾸는 꿈은 항상 한 가지다. 등장인물은 언제나 타카하타다"라고 말했다. 미야자키의 답변은 그가 타카하타를 얼마나 가까운 사람으로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타카하타의 첫 감독 작품 ‘태양의 왕자 호르스의 대모험’. / 아마존재팬 갈무리

1959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東映動画)에 입사한 타카하타 감독은 1964년 '늑대소년 켄'으로 연출 감독으로 데뷔한다. 1968년에는 '태양의 왕자 호르스의 대모험(太陽の王子 ホルスの大冒険)'으로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 감독 자리에 오른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 아마존재팬 갈무리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본애니메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타카하타 감독은 1970년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삼천리)', '빨간머리 앤' 등 3040세대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작을 만들어내며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끌었다.

▲빨간머리 앤. / 야후재팬 갈무리

타카하타 감독이 토에이 시절 선후배 관계였던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든 것은 1971년작 '루팡 3세'부터다. 감독은 이후 '미래소년 코난' 등 다수의 미야자키 감독 작품을 함께 만들어 왔다.

1985년 타카하타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자신들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의 인생을 함께 보낸다.

타카하타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8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紫綬褒章)을 받았으며, 2013년 제작한 '카구야 공주 이야기(かぐや姫の物語)'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명예상'을 수상했다.

◆ 타카하타 감독의 애니메이션 세상

타카하타 감독은 치밀한 내용 구성과 사실적인 세계관을 추구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는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단순하게 캐릭터 하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 구두를 벗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가는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를 작품 속에 담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를 모두 그려내는 까닭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청자가 작품 속 세상을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사실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보는 어린이가 상상력을 부풀릴 수 있는 표현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그림 표현이 반복되는 패턴 현상을 피했다. 그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관객이 아름답다고 여겨야 할 부분은 철저하게 아름답게, 재미있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재미가 살아날 수 있게 작품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반딧불의 묘. / 야후재팬 갈무리

타카하타 감독의 1991년작 '추억은 방울방울'은 심층적인 사실주의를 추구했으며, 감독의 대표작인 1998년작 '반딧불의 묘'는 전쟁과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다뤘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작이다.

1999년 아사히신문 4컷 만화를 소재로 한 '이웃의 야마다군'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3배에 달하는 그림(작화)를 투입하는 등 지금 봐도 손색없는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평가한다.

제작비 50억엔(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전례가 없던 거액을 쏟아부은 '카구야 공주 이야기'는 거친 선으로 그려졌지만 마치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 움직임을 완성해,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라고 업계로부터 칭송받았다.

▲카구야 공주 이야기. / 야후재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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